시와 함께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yoonhyun 2024. 11. 3.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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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하는 모노레일

태어나고 처음 타 본다

 

저 작은 병아리 같은 것이

날씬하지 않는 장정 8명이나 태우고

과연 저 가파른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의심했다

 

출발하여 내리막을 내려가고

오르막을 올라갈 때

내려서 밀어야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지만

웬걸

단선의 레일 위를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고

외줄 타는 곡예사보다 더 안정되게

힘차게 올라간다

 

정상의 바로 턱밑

능히 80도가 되어 보이는 수직의 경사를

어찌 오를 수 있을까

손만 놓으면 수천 미터 아래로 곤두박질할 것 같아

도리어 승객들이 손에 땀이 나는데

모노레일은 ‘걱정 마쇼’ 하는 듯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스파이더맨처럼 기어올라간다

 

마침내 정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통쾌함

이것이 등산의 맛

그러나 땀도 없이 올라온 우리는 은근히 부끄럽다

내려올 때도

낭떠러지 같은 내리막길을

어찌 그리 단단히 레일을 붙잡고 가는지

브레이크 잘 듣는 성능 좋은 자동차 같아

거꾸로 처박히지 않을까하는 긴장이 도리어 쑥스러울 만큼

1228m의 정상에서

너무나 안전하게 내려왔다

 

아, 놀라운 모노레일

운전사도 없이 혼자 정상까지 태워다주고

산 아래까지 무사히 내려다주는 모노레일

너무 기특하여 쓰다듬어 주었지만

아무래도 잊지 못할 것 같아

내년이나 저 내년쯤

진달래 피는 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산을 가린 운무처럼 다짐한다

 

천국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이 있다면

좁고 가파른 등산길 걷지 않아도 될 텐데

도중에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

 

모노레일이 없어

천국 올라가기 아무리 힘들지라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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