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경칩(3.5)
yoonhyun
2024. 3. 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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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땅속에서 잠을 자던 개구리
봄이 두드리는 노크 소리에 벌떡 일어나
답답한 겨울집에서 뛰처나오는 날
문을 활짝 열고 막 나오려는데
아뿔사! 이게 웬일인가
바깥에는 아직 영하의 날씨이고
눈이 펑펑 내리니
내가 환청을 들었나 하며
개구리는 다시 문을 닫는다

개구리를 만나는 날
개구리가 보고 싶어 개울가에 가보았으나
개구리는 흔적도 없고
얼음 물만 흐르네
크고 동그란 천진난만한 눈동자
집적거려도 꿈쩍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
애교 부리듯 하얀 배를 뒤집고 팔딱거리던 개구리

여름밤엔 밤새도록 시끄럽게 합창을 해대며
잠자리를 방해하던 짓궂은 개구리
고기 부족하던 어린 시절 고기가 되어
뒷다리를 맛있게 먹게 해 주고
돼지들의 먹이가 많이 되어 주었던 개구리
만나서 그때 선조들의 살육을
때가 늦었지만
개구리 손을 잡고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감사하고 싶다

언제쯤일까
개구리를 만날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개구리 눈 닮은 청순하고 사랑스런 그대를 만날 수 있는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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