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사를 존경한다
의사는 하얀 가운을 입은 백의의 천사를 떠올리게 한다.
백의의 천사는 사랑을 상징한다. 백의의 천사처럼 의사는 사람을 사랑하여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존재로 여긴다. 그처럼 의사에게는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 바로 그 일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그건 의학의 창시자인 히포크라테스의 사명이기도 하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을 가장 귀중한 일로, 그 일에 전념하는 걸 의사의 본분으로 삼았다. 그런 의사가 진짜 의사다. 그런 의사가 사람들에게 필요하며 환자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아닌 흉한 가면을 보고 있다. 하얀 가운으로 위장한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보고 있는 듯하다.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축난다고 난리 치고 있다. 급한 환자를 내팽개치고 파업을 하고 있다. 의대 증원을 한다고 월권을 서슴치 않고 있다. 학생수 조정은 교육부에서 하는 일이다. 의사를 증원하든 말든 그것은 정부의 소관이다. 의사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지 의사들이 초법적인 존재가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19년 전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의사들은 누구를 닮았는지 법을 초월한 제왕이 되셨다. 대한민국의 법을 우습게 알고 있다.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 있어서도 안 된다.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
그런데 의사들, 아직도 머리에 때도 벗겨지지 않은 훈련생 전공의들이 겁도 없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여 파업을 단행했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들은 무엇을 믿고 그렇게 했을까? 19년의 승리의 역사를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지하고 지원하는 전문의와 의대 교수들을 믿었던 것일까? 지금의 의대 교수들을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독단일까?
의대 교수들도 제자들을 구하겠다고 동조 파업을 벌이겠단다. 25일부터 사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니까 어쩔 수 없이 52시간 병원에 남겠다고 했지만 그들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니 제자들이 그 모양일 수밖에 없다.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은 없고 오직 돈과 특권과 출세욕에만 사로잡혀 있다.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려 한다. 그러니 제자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그러니 많은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불변의 진리다.
내친김에 파업 전공의들과 휴학의대생들은 의사될 생각을 거두는 것이 좋겠다. 그들은 의사될 자격이 전혀 없는 자들이다. 그들이 의사가 되면 국민들이 도리어 불행해진다. 이 기회에 돈 더 많이 버는 직장을 찾아나서길 바란다.

나라의 법도 무시하고, 국민의 생명도 완전히 내팽개치고 오히려 환자들을 볼모로 잡아 협박하는 조폭같은 이 망나니 의사들 가운데서 의사다운 의사가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귀족주의 세속적 특권과 물질에 물들지 아니하고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수 받은 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불행 중 다행이다.
뇌혈관 의사들이 의대 교수들의 사직과는 달리 ”병원을 지키겠다“고 성명을 내었다. 이들은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소속 1300명 뇌혈관 의사들이다.
”의사들의 의대 증원 반대 주장이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현실“이라며 ”조속하고 합의적 해결이 될 때까지 저희는 병원을 지키겠다“고 했다.
뇌혈관 의사들은 ”의대 증원 정책 자체의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필수 중증 응급 의료가 전공의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던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에서 지금의 갑작스런 전공의 사직에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사태’라는 인식 아래 ’사직 도미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정도를 걷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뇌혈관은 분초를 다투는 질병이다. 의사가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중풍병자가 되든지 사망한다. 그래서 뇌혈관 의사들을 필수 의료 분야에서도 핵심인 ’바이털 의사‘로 꼽힌다.
이 중요한 의사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환자를 지키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는 의사들의 바램과는 반대다. 말하자면 의사 집단에 대한 반역이요 반란이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의사들이 있었나 싶다.

또 하나 기쁜 소식은 건대 충주병원의 ’정상 진료‘ 선언이다. 전국 대형병원 중 처음이다.
이 병원은 전공의 13명 중 12명이 사직하고 떠났다. 전문의 7명이 24시간 교대로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참으로 힘든 일이다. 전공의와 전문의들, 의대 교수들이 자기 주머니를 지키느라 줄줄이 사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 병원 49명의 교수와 전문의는 한 명도 사직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으로 존경스럽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진료공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기에 우리 병원은 전문의를 충원하는 등 충북, 충주 시민의 의료를 책임지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의료의 역할을 너무나 잘 감당하고 있다.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단국대 병원 소아청소년 과장 이미정 의대 교수가 개인적으로 의대 교수 파업에 반대했다. 지금까지 개인이 교수 사직을 반대한 의사는 없었다. 이 교수는 의료 전문 매체에 “사직서에 반대한다”는 기고문을 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그나마 의사들에게 눈과 귀를 열었던 국민도 다시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며 “환자는 물론 환자들을 맡기고 간 전공의를 위해서도 교수들은 사직서를 낼 때가 아니라 지금처럼 계속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용기가 대단하다. 찬사를 받을 일이다. 이게 스승다운 스승이 아닌가. 바로 이 자세가 제자들을 구하는 길이다. 스승은 이래야 된다. 제자들이 잘못하면 꾸짖고 책망하고 나무라야 한다. 그리고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솔선하여 환자들을 돌보는데 집중해야 한다.

부산대병원 안과의사가 과로로 숨진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10명의 전공의가 몽땅 파업해 버리자 부산대병원 안과에는 9명의 교수들만 남아 진로를 담당해왔다.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다. 과로였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가. 의사들의 파업 때문이다. 자기 밥그릇에 눈이 먼 자들이 의사의 본분을 저버리고 환자를 인질로 불법적인 횡포를 저지른 결과이다. 이 책임을 그들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전공의로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또는 다시 복귀하여 환자 치료에 열의를 다하고, 교수, 전문의들이 자리를 지키며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그 힘든 업무 속에서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의사야말로 진정한 의사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꾸느라 밤잠을 설쳐가며 환자를 지키는 의사들이 진짜 의사다.
다수가 가짜의사임이 드러난 가운데서 진짜 의사들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뇌혈관 의료협회 의사들과 건국대 충주병원 의사들, 그리고 여전히 남아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일천 여 명의 전공의들, 단국대 병원 이미정 의대 교수와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운명을 달리한 부산대병원 안과의사와 같은 의사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존경스러운 일인가. 공공의와 군의관 등도 사직의들의 공백을 메우며 24시간 잠도 자지 못한 채 헌신하여 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정한 의사가 존경을 받는다. 그러나 가짜 의사들은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킨다. 의료계도 이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진짜 의사로 교체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들도 영광스럽고 환자들도 행복하다. 돈밖에 모르는 자들에게 어찌 생명을 맡길 수 있겠는가.
생명을 존중하는 진짜 의사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여 환자들이 이 진정한 의사들에게만 진료받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