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웬수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김호중 성악가 겸 트로트 가수가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충돌한 후 뺑소니 친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그날 무려 4차례나 음주를 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유명 레퍼를 만나 음식과 술을 했다. 그것도 부족해 레퍼를 조수석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여 한 음식점에 가서 일행 5명과 함께 소주 7병, 맥주 3병을 마셨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대리기사를 불러 회원제 유흥업소에서 유명 개그맨과 함께 또 술을 마셨다. 그리고 대리기사의 운전으로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으면 그냥 잠이나 잤으면 좋았을 텐데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자동차를 직접 몰고 나갔다가 택시를 들이박고 그냥 도주했다. 뺑소니를 친 것이다. 완전히 만취된 상태에서 벌린 광란의 음주운전이었다.

33살, 너무나 젊어서 힘이 넘쳐난 것인가, 웬만한 사람 같으면 그 정도 마셨으면 집에서 잠들고 말았을 텐데 주신(酒神)이 들어와도 보통 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결국 사고를 내었고, 수습도 하지 않은 채 뺑소니치고 말았다.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술을 마실 수는 있지만 만취되도록 마셔서는 안 된다. 만취가 된다는 것은 술의 노예가 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주신의 종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음주한 상태로는 절대로 운전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운전을 한다. 주신이 그렇게 시킨다. 주신으로 인해 신세를 망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술로 인한 폭력, 강도, 희롱, 싸움, 불화, 쿄통사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인생을 불행에 몰아넣는가. 음주교통사고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백해무익한 술을 왜 마시는지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얼마든지 사람을 사귈 수 있고, 직장생활도 할 수 있다.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얼마든지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술로 해결하려 할까? 술로 유흥을 즐기려 할까? 더군다나 술을 통제도 하지 못하면서 왜 술을 마시는지 정상적인 머리를 가진 나로서는 그들의 이상한 머리를 해석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마셨다 하면 절제를 하지 못한다. 통제 불능이다. 만취되도록 마셔야 술 마신 기분이 든다. 세상에 이렇게 미련하게 술을 마시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도 음주를 멈추지 않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니 너무나 한심하고 안타깝다. 김호중 가수도 이번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어났으면 어쩔 뻔했는가.

사람은 잘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김 가수도 요즘 눈부시게 떠오르는 인물이다. 임영웅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 펜클럽 회원도 15만이 넘는다. 현재 인기리에 공연을 하고 있다. 표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입장료는 임영웅 콘서트보다 오히려 더 비싸다. 그 정도로 인기가 있다. 솟아오르는 독수리다.
그는 영화 ’파파로티‘로도 유명하다. 그 영화의 주인공 파파로티가 바로 그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이혼으로 친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 중학교 시절에는 이종 격투기 선수로 전국대회에서 우승까지 하였다 그러나 가정의 불우를 극복하지 못해 경북예고 시절에는 조직폭력배가 되었다. 결국 퇴학을 당했다.

그가 구사일생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늘에서 지켜볼 테니 똑바로 살라"는 친할머니의 유언에 마음을 다잡고 들어간 김천예고 서수용 교사 때문이다. 서 교사의 헌신 아래 그는 폭력 조직에서 손을 떼고 성악에 전념하였다. 그 결과 세종음악 콩쿠르 1위, 전국 수리 음악 콩쿠르 1위,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고 독일 유학 후 성악가로 본격 활동하였다. 그의 성공담을 담은 영화 ’파파로티‘가 화제를 모으면서 그는 한순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TV조선에서 실시한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입상하여 임영웅과 함께 트롯 가수가 되었다. 트롯 가수로 재출발하여 근래에는 인기리에 아주 왕성한 공연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가 늘어나고 술 마시는 날이 잦아졌을 것이다. 인기가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람이 잘나가면 사람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럴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조심을 하지 않았다. 그는 우쭐해져 들 떤 기분으로 산 것 같다.

그의 이번 뺑소니 사건은 아마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입만 되었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음주를 숨기기 위하여 호텔로 피했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시고, 17시간 이후에 음주측정을 하여 수사를 방해하였다. 힘없는 매니저에게 자신의 옷을 입혀 거짓 자수하게 하며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까지 삼키게 하여 음주사실을 은폐하였다. 수사를 방해하고 조직적인 은폐조작까지 하여 사악한 행위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였다. 옛날 조폭 때로 돌아간 듯했다. 여론이 악화되니 마지못해 며칠 뒤에 음주사실을 인정하였으나 이미 사후약방문이었다. 시기를 놓쳤다. 조폭같이 사악하게 조작할 것이 아니라 음주를 솔직히 시인하고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택시 운전기사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어야 했다. 소속사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그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그의 행동은 사악했다.
이 일로 인해 그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만일 감옥에서 형이라도 살게 된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거의 재기 불능으로 생각된다. 아무도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정신 나간 팬덤이나 그를 보호한다고 옹호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그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을 것이다. 실력보다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는데 그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참으로 안타깝다. 그렇게 불우하게 자랐으면 성공해야지. 그 성공을 계속 유지 했어야지. 하늘에서 할머니가 얼마나 간절하게 손자의 성공을 빌었겠는가.
이번 사건의 주범은 술이다. 술이 그를 음주운전하게 했고, 뺑소니치게 했다. 그 수습을 위해서 정직해야 했을 것을 사악하게 조작 은페하려 했다. 그가 인생의 수렁에 빠져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면 다 술 때문이다. 술 때문에 인생을 망친 것이다. 술이 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