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대서

yoonhyun 2024. 7. 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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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폭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폭우가 없는 곳엔 폭염

대서가 이름값을 한다

 

이미 잔뜩 달구어진 날씨

더욱 뜨거워져

달걀을 풀어놓으면 금방 익어버릴 후라이팬이다

 

돈이 많아 에어컨을 하루 종일 펑펑 켜놓을

그러한 형편도 못 되는데

이를 어찌 하나

 

너 미쳤느냐고 지구에게 따져도

들은 체도 아니하고

도리어 맛 좀 봐라는 듯

더욱 가열한다

 

 

오후에는 집안이 한증막이 되어

선풍기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에어컨 스위치에 저절로 손이 간다

 

지구가 악에 받친 사내처럼

씩씩거리며 뜨거운 열기를 왜 이리도 쏟아내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만도 하다

 

인간들이 자기 좋자고 매연을 마구 뿜어내고

인간들이 자기만 생각하고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인간들이 자연은 생각하지 않고 산을 마구 짓밟으며 산불을 질러대고

인간들이 자기 집 아니라고

숲이나 물이나 어디든 음식 쓰레기, 생활 쓰레기를 마구 내버리니

견디다 견디다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환장할 지경에서 신음하던 지구가

너무나도 이기적인 인간에게 노발대발한 것이다

 

나는 별로 안 그랬으니

나만 좀 빼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나도 같은 인간이기에

지구의 분노를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

 

지구가 한번 분노하면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데

지구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지구를 달래야 한다

인간들이여

이제 지구를 자신처럼 사랑하고

자신처럼 아끼자

하나님의 종말적 계획이 아니라면

지구도 옛날의 다정한 친구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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