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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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시와 함께 2024. 9. 27. 21:31
세상에서 가장 밝은 달이날에 볼 수 있다 살지고 통통한 빠알갛게 익은 사과 같은 얼굴로 밤하늘 한가운데 떠억 떠서 자신이 태양이나 되는 듯 온 세상을 훤히 밝히는 한가위 보름달 사람들은 너를 보면서 너에게 소원을 빌지만 토끼 한 마리도 못 키우는 네가 그만한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너에게 소원을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너의 크고 둥근 창을 통해 천국을 보고 싶다. 한가위가 되면휘영청 밝은 한가위 보름달을 바라보면서더욱 보고 싶은 천국에 계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그리고 사랑다운 사랑도 못해 보고 너무 일찍 가버린 아내의 얼굴을, 그리고 친척들과 지인들의 얼굴을너의 뻥 뚫린 그 구멍을 통해서라도 몹시 보고 싶다 정월 보름달보다 나는 한가위 보름달이 더 좋아 이 풍성한 계절 너무 생각나는 그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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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시와 함께 2024. 5. 6. 18:44
얼마나 고마운가 나의 전기밥솥 쌀을 씻어 물 알맞게 부어 밥솥에 쏙 집어넣고 시작 버튼을 누리기만 하면 “맛있는 밥 취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한마디 하고는 알아서 밥을 짓는 전기밥솥 내가 가스레인지에 냄비로 밥을 지을 땐 조금만 늦으면 밥이 타고 조금만 빠르면 밥이 설익어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어야 했는데 이제는 물만 제대로 맞추어 주기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척척 맛있는 밥을 해 놓고“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밥을 잘 저어 주세요”친절한 목소리로 반갑게 알려주니 이런 사랑스런 아내가 어디 있는가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본 지 많이 오래 되었어도 사막의 모래알처럼 비를 애타게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다 전기밥솥 덕분이다 오늘은 전기밥솥이 해 준 입에 착 달라붙는 밥을 먹으면서 전기밥솥이 너무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