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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5월도 되지 않았는데
여름처럼 덥다
안에는 짧은 셔츠
바깥에는 얇은 재킷을 입고 외출했는데
자꾸만 재킷을 벗고 싶다
실내에 있어도
몸은 재킷의 무게를 느낀다
내 어릴 때만 해도
4월은 산에 진달래 피고 길가에 벚꽃이 한창이었는데
5월까지도 한창 봄이었는데
4월이 다 지나지도 않았는데
아니 벌써 여름이라니
지구도 많이 늙었나 보네
너무 늙으면 죽을 날이 오는데
지구도 점점 임종의 날이 다가오는 듯하다
봄은 마음 맞는 친구나 같이 있고 싶은 애인 같아서
오래오래 함께 있으면 좋은데
여름은 거슬리는 사람 같아서
가급적 짧게 만났으면 하는데
원하지도 않는 여름이 어느새 내 곁에 와 떡 서 있다
여름은 해마다 점점 빨리 오지만
올해는 특별히 빨리 와서
벌써부터 얼굴에 땀이 나게 하고 몸을 칙칙하게 하니
긴긴 시간을 어떻게 지내야 하나
슬슬 걱정이다
그러나 어쩔 수 있으랴
봄이 있는 곳으로 내가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고
여름은 내가 좋다고 바로 내 곁에 딱 서 있으니
이제는 좋든 싫든
여름을 맞아들여야 한다
이왕 한 집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면 불평만 하지 말고
좋은 점을 찾아 가까이 지내려고 애쓰다 보면
지내기가 한결 낫지 않을까
어쩌면 여름이 나를 바다로 데리고 가지 않을까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는 격언을
올여름은 나에게 실습을 시켜 가며 야무지게 가르칠 것 같다
일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풍기를 찾아서
얼른 데리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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